불경 읽기

수리수리 마하수리 뜻: 천수경은 왜 이 말로 시작할까?

천수경 첫머리의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는 정구업진언입니다. 뜻과 세 번 읽는 표기, 우리말 천수경에도 소리대로 남아 있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수리수리 글자와 소리의 반복을 표현한 청색과 주황의 활판 포스터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는 천수경 첫머리의 정구업진언입니다. 입으로 지은 업을 맑게 하는 진언이라는 뜻입니다. 경전을 읽기 전에 자신의 말을 돌아보고, 청정한 마음으로 독송을 시작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수리수리 마수리’라는 말로 먼저 기억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천수경 독송문에는 ‘마하수리’로 적혀 있고, 뒤에 ‘수수리 사바하’가 이어집니다.

정구업진언은 제목이고, 수리수리는 그 내용입니다

천수경을 펼치면 먼저 ‘정구업진언’이라고 적혀 있고, 다음 줄에 진언이 나옵니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의 정은 맑고 깨끗하게 한다는 뜻이고, 구업은 입으로 짓는 행위를 가리킵니다. 진언은 불교에서 수행하며 외우는 참된 말이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우리말 천수경에는 ‘구업을 청정케 하는 진언’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조계종 우리말 천수경

따라서 정구업진언이라는 말은 뒤에 나올 구절의 이름과 쓰임을 알려 줍니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는 실제로 외우는 진언입니다. 둘을 한 덩어리의 낯선 주문으로 기억했다면, 이름과 내용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독송문이 조금 읽히기 시작합니다.

정구업진언 전체 구절을 묶고 세 번 반복함을 나타낸 설명 이미지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이 구절 전체를 세 번 읽습니다.

수리, 마하수리, 사바하의 뜻

‘수리’는 우리말의 수리하다와 관계가 없습니다. 옛 언어의 소리를 옮겨 적은 것이어서 한글만 보며 뜻을 짐작하기는 어렵습니다.

불교신문의 「수리수리 마하수리」 해설은 수리를 ‘길상존’으로 풀이합니다. 좋은 조짐을 주는 존귀한 분이라는 뜻입니다. 마하는 크다는 뜻이고, 마하수리는 그 길상을 더욱 크게 높여 부르는 말로 설명합니다. 수수리는 지극함, 사바하는 원만한 성취의 뜻으로 풀이합니다. 불교신문의 구절 해설

이 풀이를 따라 읽으면 진언은 길상한 분을 거듭 부르고, 뜻한 바가 온전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말입니다. ‘마하’가 들어가며 뜻이 커지고, 마지막 ‘사바하’에서 성취를 바라는 마음으로 맺는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른 설명에서 ‘깨끗하고 또 깨끗하다’는 뜻을 보았을 수도 있습니다. 불교신문의 별도 문답에서는 수리를 깨끗함으로 풀고, 진언 전체를 입을 맑게 하는 의미로 설명합니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문답

이처럼 해설에 따라 길상을 부르는 뜻을 앞세우기도 하고 청정의 뜻을 앞세우기도 합니다. 독송문을 읽는 사람에게는 정구업진언이라는 이름이 기준이 됩니다. 천수경의 이 자리에서 해당 진언을 외우며 입으로 짓는 업을 맑힌다는 의미입니다.

왜 경전을 읽기 전에 입부터 돌아볼까요

천수경은 소리 내어 읽는 경전입니다. 그 시작에 입으로 지은 업을 맑히는 구절이 놓여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만합니다. 조금 전 누군가에게 화를 냈던 입으로 이제 경전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하루 종일 했던 말과 기도할 때의 말은 같은 입에서 나옵니다.

말은 하고 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사실을 모르면서 보탠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기도 하고, 순간적으로 내뱉은 핀잔이 상대에게 오래 남기도 합니다. 반대로 잘못을 인정하는 한마디가 끊어진 대화를 다시 이어 주기도 합니다.

정구업진언을 생활 속에서 생각해 본다면, 이런 말의 흔적을 돌아보는 데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오늘 불필요하게 보탠 말은 없었는지, 알면서도 사실과 다르게 말한 일은 없었는지 잠깐 떠올려 보는 것입니다. ‘입을 청정하게 한다’는 말이 어떤 행동과 연결되는지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가 잘못했다고 단정하며 쏘아붙인 일이 마음에 남는다면, 내일은 사정을 먼저 물어보겠다고 마음먹을 수 있습니다. 이미 거짓말을 했다면 바로잡을 말도 필요하겠지요. 진언을 외우는 일과, 독송을 마친 뒤 어떻게 말할지는 이렇게 이어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독송을 마친 뒤의 대화에서도 말을 조심하는 것, 잘못 전한 말이 있다면 바로잡는 것이 일상에서 실천해 볼 수 있는 일입니다.

독송문에 적힌 ‘3편’은 어떻게 읽나요

조계종 우리말 천수경에는 이 진언 뒤에 ‘3편’이라는 표기가 있습니다. 같은 한 줄을 세 번 외우라는 뜻입니다. ‘수리수리’만 세 번 읽는 것도, 천수경 전체를 세 번 읽으라는 뜻도 아닙니다.

한 번 읽을 때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까지 읽고, 그 한 줄을 다시 반복하면 됩니다. 스님의 독경을 따라 듣다가 같은 구절이 이어지는 이유도 여기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럿이 함께 읽는 자리에서는 해당 의식문의 표기와 진행에 맞추면 됩니다.

‘왜 하필 세 번인가’에 대해서는 이 의례문에 별도의 해설이 붙어 있지 않습니다. 여기서는 본문에 적힌 반복 횟수로 이해하면 충분합니다. 녹음을 따라 읽을 때는 ‘수리수리’에서 시작해 ‘사바하’로 끝나는 구절을 하나로 익혀 두면 됩니다.

우리말 천수경인데도 낯선 소리가 남아 있는 이유

우리말 천수경은 모든 구절을 현대 한국어 문장으로 바꾼 본문은 아닙니다. 게송과 발원문은 뜻을 풀어 놓으면서, 진언은 소리를 옮긴 형태로 싣고 있습니다. 그래서 알아들을 수 있는 문장 사이에 낯선 구절이 나옵니다.

이때 한글 독음과 우리말 뜻풀이를 구별하면 도움이 됩니다. 한글 독음은 소리 내어 읽을 수 있게 적은 것이고, 뜻풀이는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한 것입니다. ‘수리수리 마하수리’는 읽는 소리이고, ‘구업을 청정케 하는 진언’은 그 구절의 의미를 알려 줍니다.

진언 뒤로 읽어 가면 경전을 펴는 게송인 개경게가 나옵니다. 가르침을 만나 보고 듣게 되었으니 부처님의 참뜻을 알기를 바라는 내용입니다. 앞에서는 자신의 말을 맑히고, 이어서는 만나게 된 가르침의 뜻을 알고 싶다고 발원합니다.

이 흐름을 알고 천수경의 처음을 다시 들으면 한글로 적힌 낯선 소리와 뜻을 알아들을 수 있는 문장이 구분됩니다. 어디가 반복되는 진언이고, 어디서 새로운 뜻의 문장이 시작되는지도 들립니다. 익숙했던 ‘수리수리’가 천수경 안에서 어떤 자리에 놓여 있는지 알게 되는 것입니다.

경전에서 읽을 대목

조계종 「우리말 천수경」의 정구업진언과 개경게. 정구업진언에는 진언의 이름, 한 줄의 독음, 세 번 읽는 표기가 함께 있습니다. 개경게에서는 경전을 대하는 발원을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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